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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

..출산..


예정일:8월24일
출산일:8월27일 pm1:54
출생병원:강남차병원
분만방법:자연분만(촉진제)
성별:여
체중:2.97

그동안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난 막달까지 편도 1시간가량 걸리는 출퇴근 길도 대중교통으로 열심히 다녔고,
저녁엔 한시간씩 집앞 운동장에서 열심히 걷기 운동도 했고,
출산휴가 내고서는 미친듯이 폭풍걸레질도 했었다..
그래서 당연히 예정일 전에 아주 수월하게 아기를 낳을 거라고 생각했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법..

친언니 둘은 예정일 훨씬 전에 양수가 먼저 터져서 병원엘 갔다고 하는데..
난 예정일이 다되도록 둥둥이가 신호가 없다.

8월25일..
아침 살짝 이슬이  비친다.
아, 말로만 듣던 이슬이 이런거구나.
오늘밤엔 낳겠거니 했는데..아직도 아닌가보다..

8월26일..
정기검진 받는날이다.
태동검사에서 진통기미가 보이지 않는단다.
어제 이슬이 비쳤다고했더니 진통이랑 크게 상관없다고하신다.
그래서 결국 유도일을 잡고 돌아서는데..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유도하게되면..더 힘들다던데..

그날 저녁..
이슬이 비추고 이틀뒤..(이슬은 이틀동안 계속 비췄다. 점점 양이 많아졌음)
살살 배가 아파 오기 시작한다.
친정엄마와 오빠에게 이제 진통이 시작되는거 같다고 했더니 
그냥 그러려니 하신다. 양치기 소녀가 된듯^^:;
그렇게 불규칙하던 진통은 12시가 넘자 5,6,7분 간격으로 온다.
병원에 전화했더니 병원이랑 거리도 가깝고 초산이라 
정확하게 5분간격이 되면 오란다.
새벽쯤 꾸역꾸역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샤워를 두번이나 하고..
밤새 꾹꾹 참아대던 진통도 아침이 되니 살짝 참을만해지더니
진통간격도 다시 불규칙해진다. 
이런 이게 가진통이라면 진짜 진통은 어느정도란말야..ㅠ.ㅠ
간격이 규칙적이면 가보자는 오빠의 냉정한 한마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병원엘 가보라는 형님의 말씀에 부랴부랴 출산가방을 챙기고 병원으로..

am 10시..
분만실에 도착.
일단 태동검사와 이것저것 검사를 해야 하니 보호자는 밖에 있고
나만 들어오란다.
덜덜덜..
태동검사를 하고, 내진을 하더니 자궁이 벌써 3.5 열렸다고 한다.
제모를 하고 관장을 하고 가족분만실로 옮기고..
덜덜덜..덜덜덜..

다른 산모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난 조용히 ..소리지르지 말아야지.

am 11시..
가족분만실로 옮기고 의사가 오더니 촉진제를 맞자고 한다.
그리고 내진을 하겠다더니 손을 집어 넣고 이리저리 막 휘두른다.
깜짝 놀란건 뒤로 하고 정말 죽을거 처럼 아파 나도 모르게 소리지르며 울었다..
그때서야 오빠가 들어오고 우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울면 어떡할까 걱정했단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일부러 양수를 터뜨렸다고 한다.
그리고 아기가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 2시간 정도면 출산 할 수 있을거 같다고..
남들은 10시간 진통했어요. 하던데..
난 2시간 정도면 된다고 하니 갑자기 힘이 솟는다.
그래, 딱 두시간만 참자. 난 할수 있어!!

출산하기전에는 이꼴저꼴 다본다며 분만실에 남편 들어오게 하면 안된다는..
그말에 동감했지만,
오빠가 안보이면 불안해서 절대 나가지 말랬다.
오빠 팔에 매달려 두시간의 길고 긴 진통을 버틸 수 있었던거 같다,
나중에 의사선생님도 남편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여튼..

촉진제를 맞으니 집에서 참아내던 그 진통과는 역시 다르다.
간격도 잦고 강도도 엄청 세다.
그리고 의사랑 간호사들이 와서
진통올때마다 힘주라며 배위에서도 꾹꾹 눌러댄다.
아기 머리가 보여야 한다며..
이때가 제일 힘들었던거 같다.
그렇게 두어시간..

급하게 주치의를 호출하고 침대는 분만의자로 변신한다.
힘 한번 크게 주세요라는 말에 잔뜩 힘을 주고,
한번 더 힘을 줬더니 이제 그만 주란다..
뭔가 쑥~
둥둥이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탯줄을 자른 오빠도 진통을 견뎌내던 나도 울지 않았다.
tv보며 남들 출산하는거 볼땐 눈시울 뜨거워지던 오빠랑 난데..

pm 1:54
아기를 내 품에 안겨준다.
정말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네가 내 뱃속에서 10달을 지내온거니?
막 태어나면 쭈글쭈글 못생겼다던데 넌 어쩜 이렇게 예쁘니?
말 그대로 우리에게 내려온 천사구나.

그렇게 처음으로 우린 둥둥이의 탄생을 기뻐하며 가족 사진을 찍었다.



TOP3에 들 정도로 너무너무 출산을 잘했다며 의사들도 간호사들도 칭찬해준다.
이제 끝났구나..
 
밤새 진통을 참아낸 나도..그 진통 옆에서 함께해준 오빠도..
우리보다 더 힘들었을 둥둥이도..
고마워..